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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노화랑, 고(故) 정의부 화백의 작고 3주기를 맞아 후기 모란 작품 선보여

ostw 2025. 3. 27.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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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인] 한국 근대 회화의 흐름을 이어온 고() 정의부(1940-2022) 화백의 작고 3주기를 맞아 작가의 모란 작품 19점과 풍경 3점을 선별하여 소개하는 전시가 인사동 노화랑에서 진행되고 있다.

 

 

1940년 경상남도 진주에서 태어나 진주 교육대학원을 졸업하고 한동안 미술 교사로 활동했던 정의부는, 전업 작가의 길을 선택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30대의 나이에 홍익대학교 대학원에 진학해 회화를 전공했다. 이후 그는 대한민국미전(국전) 심사위원뿐 아니라, 여러 국제 미술교육 관련 활동과 협회 위원 등을 역임하면서 후학 양성과 미술 교육 발전에 기여하고자 했다.

 

 

이번 전시에 포함된 22점의 작품은 소수의 선별된 평면 회화로, 특히 그의 초기작이라고 할 수 있는 1970년대 풍경 그림들과 주로 2008년 이후에 완성된 모란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붉은 모란의 우애, Oil on canvas,40.9x31.8, 2009

 

홍백 모란의 조화, Oil on canvas, 45.5x37.9cm, 2016

 

화합(모란), Oil on canvas, 33.4x24.2cm, 2011

 

흰 모란의 군림, Oil on canvas, 33.4x24.2cm, 2010

 

 

“흔히 말하기를 동양3국 가운데 중국은 형태요, 일본은 색채고 우리나라는 선이라 한다. 그래서 인지 몰라도 우리나라에서는 선에 대한 우리 선조들의 감각은 대단했으나 색채에서는 이에 대한 연구나 재료에 좀 무시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 꽃 그림에서 특히 장미 같은 것은 그 색채가 우리에게 주는 환희와 감정의 전달을 가장 중요시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묘사에 치우친다든지, 색채의 혼합에 신경을 쓴 나머지 원색의 강렬함과 호소력이 경시되는 경향이 후학들에게 종종 발견된다.” 정의부, 「색채란!!」, 『鄭義富』

 

 

1964년에 가졌던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정의부가 본격적으로 활동을 전개했던 1970년대 한국 현대미술계의 풍경은 다원주의적 색채를 지니고 있었다. 당시 국전의 영향력은 점차 쇠퇴해 가고 한국 작가의 국제전 진출이 증가하면서 한국성또는 한국적인 미술에 대한 움직임과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기 시작했다. 70년대 한국은 표면적으로는 경제적 번영을 이루는 듯 보였지만, 내부적으로는 언론 통제와 검열 등 정치적 탄압이 자행되고 있던 시기로 미술계는 표면적으로 단색화가 가장 강세를 보였지만, 그 이면에 극사실주의, 개념미술, 오브제 및 설치미술, 비디오 아트, 이벤트, 실험영화 등 다양한 경향이 공존하며 양상을 보인 시기이기도 했다.

 

 

서목(瑞木), Oil on canvas,112.1x145.5cm,1996

 

바닷가의 황혼, Oil on canvas, 162.2x130.3cm,1978

 

통영항의 아침, Oil on canvas,162.2x130.3cm, 1977

 

 

 

내 비록 50여 년간 그림을 그려왔고, 또 세계를 누비면서 그림을 그린다고 하였지만 이 위대한 자연의 모습 앞엔 초라해지는 내 모습을 어쩔 수 없다.” - 정의부, 금강산!」 『鄭義富,

 

 

정의부 화백이 첫 개인전을 개최한 1960-70년대의 한국 미술의 경향은 다양한 예술 사조가 공존하던 시기로, 전통적인 회화부터 추상, 비디오 아트, 행위 예술 등 새로운 형식과 개념 중심의 예술이 동시대에 이루어지던 시기지만 정의부는 꿋꿋이 채색 유화의 언어와 형태, 구성과 구조의 가능성에 몰두하며 그림을 그렸다. 관찰하는 두 눈은 늘 눈앞에 놓인 자연을 탐구하며, 자연의 풍경을 주제로 60여 년간 관철해 나갔다.

 

 

이번 <정의부>전은 매우 가까이 관찰하며 자연의 생명력과 공간성, 그리고 예술적 감성을 담아낸 모란시리즈에 주목하였다. 그는 자신의 작업실에 심어져있는 모란을 탐구하고 시간에 따른 색채와 형태를 달리하며 미세한 차이를 담아내고자 하였다.

 

 

 

 

 

 

이번 전시에 대해 임수영(미술사학자, 독립기획자)은 전시서문 <정의부의 연구>를 통해 이번 노화랑 전시의 주축을 이루는 모란 그림들은 그런 의미에서 작가가 회화의 색채와 형태, 공간의 구성을 조금씩 변주하며 연구한 과정의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다. 비슷한 장면이지만 미세한 차이를 통해 그는 꽃의 시선에서부터 미소, 수다, 향기, 그리고 조화로움을 포착한다. 무엇인가를 정복하고 그 위에 군림하는 대가(master)의 개념에서 벗어나서 자연과 회화를 수십 년간 연구하고도 자신의 부족함을 돌아보았던 작가의 태도에서 우리는 어쩌면 연구하는 화가의 새로운 정의를 떠올려 볼 수 있지 않을까.”라고 평했다. 전시는 49()까지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