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전시장을 가득 채운 형형색색의 도넛, 김재용 개인전 《런 도넛 런 Run Donut Run》
학고재, 김재용 개인전 《런 도넛 런 Run Donut Run》
[서울문화인] 형형색색의 스프링클이 얹힌 도넛이 전시장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그러나 너무 다양하고 아름다운 색상에 도넛을 먹고 싶다는 생각보다 아름다운 형태에 잠시 시각적 만족을 느껴본다. 사실 실제가 아니라 먹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들었겠지만 시각적으로 미각을 느껴본다.
학고재에서 주로 도넛 모양의 도자를 제작하고, 그 위에 다채로운 스프링클을 얹는 작업을 지속해 오고 있는 김재용 작가의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회화와 조각을 통해 소개하는 개인전 《런 도넛 런 Run Donut Run》을 진행하고 있다.
1973년 서울에서 태어난 김재용 작가는 미국 웨스트 하트퍼드 하트퍼드 대학교 하트퍼드 아트 스쿨 조각과를 졸업한 후 미국 블룸필드 힐스 크랜브룩 아카데미 오브 아트 도자과 석사를 취득하고 현재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도예학과 부교수로 재직중이다.
김재용 작가의 도넛 작품은 화려한 색감과 반짝이는 크리스털은 시각적으로 강렬한 시각적 인상을 남긴다. 단순한 형태 속에 다채로운 색감과 장식적 요소를 담아 시각적 즐거움과 따뜻한 정서를 동시에 불러일으킨다.
‘도넛’은 달콤함과 안락함의 상징으로, 많은 이들에게 기쁨을 전달하는 음식이다. 작가에게 도넛은 트로피와 같은 기념품이자, “삶의 지표들”이기도 하다. 그는 꿈과 목표들을 도넛에 투영하여 담아낸다. 이런 도넛이라는 친근한 소재를 활용하여 우리의 삶에서 놓치기 쉬운 즐거움과 아름다운 순간을 떠올리게 한다.
이번 개인전에서는 작가가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제작한 작품 9점을 선보인다. 먼저 전시장의 문을 열고 들어오면 입구에서 벽면에 설치된 작품이자 이번 전시 제목 <런 도넛 런 Run Donut Run>을 볼 수 있다.
이 작품은 팬데믹을 겪고 난 후 평범한 일상을 돌아가기 위해 혹은 남들보다 뒤처져버린 나 자신을 자극하기 위해 열심히 달려나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안쪽 공간에서는 완성된 결과물의 아름다움을 넘어서, 과정에서 발견할 수 있는 의미와 아름다움을 강조한 작품이며, 각자의 삶에서의 고유한 의미를 작품 안에서 발견하도록 하는 작품 〈달콤한 지식 Sweet Knowledge〉으로 관객을 이끈다.
〈달콤한 지식 Sweet Knowledge〉은 도넛의 스프링클을 단순화된 도형으로 변형해 모스 부호와 같은 기호적 언어로 재구성한 회화 작품이다. 규칙적이고 리듬감 있는 구성은 균형을 보여주며, 관객에게 공감각적 경험을 선사한다. 복잡한 현대 사회에서 내면의 위안을 이끌어 내며, 평온과 안정감을 전달한다. 전시장 안쪽으로 계속 들어가면 다음 도넛 조각 작품 <수고했어! You Did Well!〉이 자리하고 있다. 스테인리스 스틸로 제작된 조각은 트로피로서 작용하며, 목표를 향한 욕망과 성취를 반영한다. 작가는 경쟁과 결과 중심의 사회상을 보여주면서도, 그 이면에 자리한 과정의 가치를 환기한다.
전시장 안쪽 방에 자리한 정면 벽을 바라보면 백여 개의 〈도넛 페인팅 시리즈 Donut Painting Series〉가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화려한 색감과 장식적 요소에서 출발하여 각자의 목표와 꿈에 관한 생각으로 나아가게 한다. 작품에 내재한 감정과 의미를 발견하게 하고, 소중한 순간들을 되돌아보게 한다.
이번 전시 서문을 작성한 조새미 미술비평가는 “작가는 도넛을 통해 욕망의 끝없는 순환을 재현하면서도 그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가능성 또한 제안한다. 김재용의 도넛은 삶의 기쁨을 발견하는 과정이자 우리 모두의 자화상인 것이다.”라고 말한다.
김재용 작가가 학고재에서 선보이는 세 번째 개인전 《런 도넛 런 Run Donut Run》는 4월 5일(토)까지 진행된다.
한편, 별관에서는 오는 25일까지 Hooked, 홍원재, 박세은 3명의 작가의 개인전을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