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문화인] 아직 다가오는 봄을 시샘하듯 겨울의 여운이 남아있지만 봄이 하루가 다르게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다. 봄을 맞이하여 서울의 고궁이 겨우내 굳게 닫혔던 창을 열어 관람객에게 그동안 감춰진 내부를 선보이고 있으니 주말 고궁나들이는 어떨까...
창덕궁 으뜸전각 ‘인정전’ 내부 관람
평소 밖에서만 볼 수 있었던 창덕궁 인정전 내부를 좀 더 가까이에서 감상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오는 3월 31일까지 매주 수~일요일마다 진행되고 있다.
국보로 지정된 창덕궁 인정전(仁政殿)은 왕의 즉위식, 신하들의 하례, 외국 사신의 접견 등 중요하고 공식적인 의식을 치르던 곳이다. 외관은 2층으로 보이지만, 내부는 위아래가 트인 통층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한 단을 높인 천장 중앙에는 다른 궁궐에서는 볼 수 없는 구름 사이로 두 마리 봉황 목조각을 달아놓아 으뜸 공간으로서의 화려한 권위를 극대화했다.
인정전은 1405년(태종 5) 창덕궁을 창건할 때 지었으며, 임진왜란 때 소실되었다가 광해군 즉위년인 1608년에 재건되었다. 이후 1803년(순조 3)에 있었던 큰 화재로 소실되어 이듬해 새로 지었으며, 1856년(철종 7)에 다시 보수되었다. 이와 관련해 두 종의 의궤가 전하는데 『인정전영건도감의궤』(1805년)는 수백 년을 이어온 창덕궁 인정전이 1803년 12월 13일 밤 화재로 소실되자 1804년 12월까지 1년여에 걸쳐 새로 짓는 과정을 기록한 것이며, 『인정전중수도감의궤』는 그로부터 53년 후에 인정전을 보수한 기록이다. 두 의궤의 도설 편에는 당가와 오봉병의 옛 모습이 상세하게 그려져 있다. 1907년 순종이 창덕궁으로 거처를 옮긴 후 인정전을 수리하면서 전등, 유리창, 커튼이 새로 설치되고, 실내바닥이 전돌(흙으로 구워 만든 벽돌)에서 마루로 바뀌는 등 근대적인 요소가 가미된 전환기의 궁궐 모습도 간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 매주 수·목요일에 기존 창덕궁 전각 정규해설과 연계하여 언어권별(한국어·영어·일본어·중국어)로 진행되며, ▲ 매주 금·토·일요일은 궁궐 내 관원들의 업무공간인 궐내각사를 둘러보는 ‘창덕궁 깊이보기, 궐내각사’ 심화해설 프로그램과 연계하여 운영된다.
* 한국어 정규해설 연계: 수·목 9:30 / 금·토·일 10:30(‘창덕궁 깊이보기, 궐내각사’ 연계)
* 외국어 정규해설 연계: (영어) 수·목 10:15 / (일본어) 수 11:00 / (중국어) 목 10:00
문화유산 보호와 쾌적한 관람 환경을 위하여 인정전 입장은 한 번에 20명씩으로 한정된다. 수·목요일은 기존 정규해설 관람객을 대상으로 현장에서 20명씩 순차 입장 가능하며, 금·토·일요일은 ‘창덕궁 깊이보기, 궐내각사’ 사전 예약자(15명) 및 현장접수(65세 이상 어르신 대상, 회당 선착순 5명)한 관람객에 한해 입장 가능하다. 현장접수는 창덕궁 관람지원센터 내 안내데스크에서 9시부터 선착순 접수된다. (우천 시 취소)
평상시 굳게 닫혀 있던 창덕궁 전각 내부 들여다보기
평상시 굳게 닫혀 있던 궁궐 건물의 창과 문을 활짝 열렸다. 지난 12일부터 16일까지 열린 창호를 통해 관람객들이 전각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는 ‘창덕궁 빛·바람들이기’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관람시간 오전 9:30∼오후 5시)
창덕궁에서는 평소에도 일부 구간에 한해 창호를 일상적으로 개폐하여 관리하고 있으나 이번 행사를 통해 주요 전각(희정당, 대조전, 낙선재, 궐내각사)의 창호를 동시에 전면 개방하였다. 특히, 희정당 서행각 입구, 희정당과 대조전을 잇는 복도각, 대조전 행랑채 등 평소 쉽게 내부를 들여다 볼 수 없었던 실내공간까지 살펴보며 궁궐의 보존과 일상관리가 이루어지는 과정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고, 궁궐의 이색 풍경도 즐길 수 있다.
덕수궁 주요 전각 내부 공간 체험
봄을 맞아 덕수궁에서는 오는 22일부터 28일까지 매일 2회(오전 10시, 오후 3시 30분) 덕수궁 주요 전각 내부를 관람하며 살구꽃을 감상할 수 있는 특별해설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덕수궁 전각 내부 특별해설 프로그램’은 전문 해설사의 깊이 있는 해설을 들으며 덕수궁의 5개 주요 전각인 중화전, 함녕전, 석어당, 즉조당, 준명당에 직접 들어가 궁궐 내부 공간을 이해하고 체험하는 프로그램이다.
덕수궁 석어당은 궁궐에서 보기 드문 2층 목조 건물로, 참여자들은 석어당 2층에 올라 만개한 살구꽃을 감상하며 덕수궁의 봄을 흠뻑 느낄 수 있다. 또한, 덕수궁의 정전으로 왕의 즉위식이나 신하들의 하례, 외국 사신의 접견 등 중요하고 공식적인 의식을 치르던 중화전과 고종의 침전으로 1919년 고종이 승하한 장소이기도 한 함녕전, 대한제국 초기 잠시 정전으로 사용되었고 후에는 집무실인 편전으로 활용되었던 즉조당과 고종의 외동딸인 덕혜옹주의 유치원으로 사용된 것으로 알려진 준명당의 내부도 해설사와 함께 살펴본다.
이번 특별해설은 약 1시간 30분가량 소요된다. 중학생 이상 참여할 수 있으며, 오는 15일 오전 11시부터 궁능유적본부 통합 누리집(http://royal.cha.go.kr)에서 선착순으로 회당 15명씩 신청하면 된다.
궁궐 그림 ‘동궐도’ 속 옛 창경궁 만나러 봄나들이
문화유산 해설사의 설명과 함께 동궐도를 보며 창경궁의 옛 모습을 알아보는 ‘동궐도와 함께하는 창경궁 특별관람’이 3월 17일부터 5월 12일까지 매주 일요일 오전 11시 30분, 오후 1시 30분에 선착순 20명 현장 참여로 진행된다.
동궐도(東闕圖): 1826년에서 1830년에 그려진 것으로 추정되는 창경궁과 창덕궁의 궁궐 그림으로 이번 동궐도 특별관람은 현재 창경궁 내 빈터로 남아있는 왕세자의 공간인 동궁지역과 관원들의 업무 공간인 궐내각사(闕內各司) 터의 군무를 담당했던 도총부(都摠府), 궁궐의 말과 가마 등 탈것들을 관리했던 내사복시(內司僕寺) 등에 대하여 동궐도를 직접 보고 전문 문화유산 해설사의 상세한 설명을 들으며 예전 창경궁의 모습을 알아볼 수 있다.
또한, 현재 창경궁에 남아있는 주요 전각인 명정전, 환경전, 경춘전, 통명전, 양화당의 외전과 내전, 그리고 일제강점기에 변형된 내농포(內農圃,왕이 직접 농사를 지으며 농정을 살피던 곳) 일대 지역을 동궐도 상의 19세기 창경궁과 비교해볼 수도 있다. 특히, 산수유, 생강나무, 살구나무, 귀룽나무 등 봄을 맞아 아름답게 피기 시작하는 봄꽃의 향연을 함께 즐길 수 있다.
이번 특별관람에서는 참여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한국문화재재단이 제작한 ‘동궐도 지도’가 기념품으로 제공된다. 소요시간은 약 1시간 정도이며, 매회 현장에서 선착순으로 20명까지 참여가 가능하다.
화려한 닫집과 천정에 왕의 위엄을 나타내는 봉황과 용
창덕궁 인정전(仁政殿)과 창경궁 명정전(明政殿, 정사를 밝힌다)의 천장 중앙에는 두 마리 봉황이 돋움 새겨져 있는 반면, 경복궁 근정전(勤政殿)과 덕수궁 중화전(中和殿) 어좌 위에는 봉황이 아닌 황룡 두 마리가 새겨져 있다. 또한 경복궁 근정전 용의 발톱은 7개인 칠조룡(七爪龍)인데 반해 덕수궁 중화전의 용의 발톱은 5개인 오조룡(五七龍)이다.
1863년 고종 보위 2년 뒤인 1865년 흥선대원군은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 무리하게 경복궁 중건을 추진하였다. 그 후 고종은 1897년 10월12일 중국의 것이 아닌 독자적인 광무(光武)라는 연호를 쓰는 대한제국을 선포하고, 붉은색 곤룡포를 벗어 던지고 황룡포를 입었다. 그리고 근정전 중국에서도 보기 드문 7개의 발톱을 가진 칠조룡을 새겨 넣어 당당하게 황제임을 드러냈다.
황제국을 자칭하던 중국에서도 용의 발톱은 보통 다섯 개로 7개인 경우가 드물었다. 칠조룡과 오조룡은 황제를 사조룡은 제후국인 왕을 상징하고 있다는 의견이 있다. 칠조룡은 그만큼 특별히 격을 높여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조선시대 역대 왕들의 초상화인 어진(御眞)을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사당 창덕궁 선원전(璿源殿)의 신선원전(1921년 건립), 경희궁의 정전인 숭정전(현재 동국대학교 내) 칠조룡이 새겨져 있다. 그러나 특이하게 원구단 황궁우(1899년) 신위판들이 봉안되어 있는 천장에는 팔조룡이 새겨져 있다.
참고로 덕수궁 중화문, 중화전 상하 월대의 답도에는 현존 궁궐 중에 유일하게 용으로 조각되어 있다. 특히 왼쪽의 용은 사조룡이고 오른쪽의 용은 오조룡이다. 사조룡은 조선을 상징하고, 오조룡은 대한제국을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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