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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세종미술관] 그림자 회화로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는 100세의 화가, 후지시로 세이지 <오사카 파노라마>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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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시로 세이지 <오사카 파노라마>展, 세종미술관

 

 

[서울문화인] 그림자 회화(카게에) 거장으로 불리는 일본 작가 후지시로 세이지의 한 세기에 걸친 빛과 그림자의 파노라마를 선보이는 전시가 세종문화회관 세종미술관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지난 2021, 한국에서 첫 개인전 <빛과 그림자의 판타지>에 이어 두 번째 선보이는 개인전 <오사카 파노라마>으로 특히 지난 전시에는 코로나로 방한을 못하였지만 이번 전시에는 100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한국을 찾아 자신의 메시지를 직접 전했다.

 

 

“빛과 그림자는 인생 그 자체, 우주 그 자체 나는 빛과 그림자로 자연의 아름다움, 살아있는 생명의 소중함을 그리는 동시에 인생을 그려 가고 싶다.”

 

 

전시장 벽면 후지시로 세이지의 친필 사인과 그림

 

 

2차 세계대전 직후 초토화가 된 도쿄에서 당시 청년이었던, 후지시로 세이지는 어린 시절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해서 어느 누구와도 이야기를 나누지 않은 채 그림만 그렸다.”, 전쟁이 끝나 이제 평화로움 속에서 좋아하는 그림을 그릴 수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오히려 전쟁 중에는 배급이 돼 쉽게 구할 수 있던 물감을 전후에는 아무것도 구할 수가 없게 되었다. 그래서 그는 잿더미가 된 들판 어디서라도 구할 수 있는 골판지와 전구를 사용해 카게에를 만들기 시작, 이것이 계기가 되어 빛과 그림자만 있으면 가능한 카게에가 시작되었고 전쟁의 상처를 겪은 후지시로 모든 인류가 이 땅에서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길 바라는 메시지를 담은 작품을 작업해오고 있다.

 

 

목단기, 청나라 포송령의(1640-1715)소설을 카게에로 제작, 1960년
서유기

 

 

이번 <오사카 파노라마>은 거장의 탄생을 알리는 모노크롬 시리즈 <서유기><목단기> 시리즈 등 그의 역사적 발자취를 담은 작품들과 일본의 국민작가이자 세계적인 동화작가인 미야자와 겐지의 동화를 소재로 한 <첼로 켜는 고슈>, <은하철도의 밤>, <구스코부도리 전기>을 비롯하여, 오사카, 교토, 나가사키 등 일본의 풍경을 후지시로의 감각으로 담은 작품까지 그가 애정을 담아 아끼는 작품들로 구성되어 선보이는 전시로 후지시로가 전시 도면도 직접 그려서 그 의미를 더한다.

 

 

목단기, 청나라 포송령의(1640-1715)소설을 카게에로 제작, 1960년
목단기, 청나라 포송령의(1640-1715)소설을 카게에로 제작, 1960년

 

열도를 그리다- 전후 70년을 맞이한 원폭 돔, 2015_간토 마츠리, 2008_동사남대문에서 금당을 바라보다, 2009

 

열도를 그리다- 전후 70년을 맞이한 원폭 돔, 2015_무라카미 가옥, 2016

 

킨카쿠지의 금각사_수조, 2009

 

 

특히 지난 202년 전시에서 그는 한국을 잘 알고 싶고, 한국을 더 가까이 하고 싶다.”라며 <잠자는 숲>을 한국 전시를 위해 특별히 제작하여 선보였는데 이번 전시에는 전시를 앞두고 열흘에 걸쳐 <선녀와 나무꾼> 열두 작품을 새로이 제작하여 선보이고 있다.

 

 

 

선녀와 나무꾼
선녀와 나무꾼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는 후지시로가 30대로 가장 왕성히 작업했던 전성기인 1958년에 다섯 작품을 제작하고 1973년에도 이 작품을 동화로 엮어 발행했는데 일부 원화들이 작품 촬영 등을 계기로 유실되었다. 선녀와 나무꾼도 원화가 남아 있지 않아 이번 한국 전시를 위해 11점을 추가로 제작해 14점을 선보인다. 이 외에도 6m가 넘는 초대형 작품을 비롯한 200여 점이 소개되고 있다.

 

 

후지시로의 한국에 대한 작품은 두 번의 전시를 위해서만 제작된 것은 아니다. 1948년부터 쿠라시노테쵸우(しの手帖_삶의 수첩)라는 여성지에 후지시로 세이지의 카게에가 동화로 소개되었는데 처음에는 모노크롬 작품으로 실리다가 1974년부터 컬러로 연재하기 시작하여 1988년까지 40년간 총 220여 편이 소개되었다.

 

 

1973, 삶의 수첩사에서 이 잡지에 실린 카게에 동화를 모아, さんがんでかせるお_엄마가 들려주는 이야기(2)가 출판되었는데 이곳에 조선의 설화 두 편이 실려있다. A권에는 동물의 보은을 담은 내용이자 개와 고양이의 사이가 멀어진 유래가 담긴 개와 고양이와 구슬_1962B권에는 선녀와 나무꾼_1958이 소개되었다. 후지시로가 카게에로 화폭에 담은 <선녀와 나무꾼>, <개와 고양이와 구슬><鹿からもらったおさん_사슴이 맺어준 색시>, <竜王国ったおじいさん_용궁으로 간 할아버지>로 제목을 붙여 이야기를 소개되었다.

 

 

 

나는 겐지동화와 만나 처음으로 카게에 작가로서 눈을 떴다고 해도 좋다. 겐지의 동화는 그때까지 읽어본 것과 좀 달랐다. 단순한 동화라기보다 기도(祈禱)의 동화라고 할까, 그 바탕에 무언가 깊은 기원과 기도가 담겨있다. 겐지 작품을 카게에로 만들 때는 특별한 감정이 든다. 한 번 읽어본 것만으로는 이해하기 힘들지만 몇 번이나 반복하여 읽어보는 중에 마음속에 강한 공감이 끓어오른다. 겐지는 세계가 모두 행복해지지 않는 동안은 개인의 행복은 있을 수 없다라고 말하고 있다. 내가 가장 공감하는 부분이다.”

 

 

이번 전시의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카게에 소재는 다름 아닌 미야자와 겐지의 동화들이다. 겐지의 동화가 극으로도 그림으로도 세상에 나오지 않았던 시절 겐지의 동생이자 겐지 연구가인 미야자와 세이로쿠의 허락을 받아 카게에 극을 상연했다. 초연은 전쟁이 끝난 바로 직후였으며 그 후로도 1,000회 이상 상연하였다. 후지시로의 카게에와 극에 있어 미야자와 겐지의 동화는 성장의 동력이 되었다. 겐지 동화가 <은하철도의 밤>에 의해 기도의 동화라고 불리게 됐다면 후지시로의 카게에는 <은하철도의 밤>에 의해 빛과 그림자의 기도라는 예술관을 확립하게 되었다. <은하철도의 밤>을 소재로 한 그림책은 1983년 브라티슬라바 국제그림책원화전BIB의 최고상을, 그림자극으로는 1982년 예술제의 우수상을 수상하였다.

 

 

100세 작가가 전하는 사랑과 평화의 메시지

 

젊은 시절에는 동화 세계와 자신의 심상心象, 풍경 등을 주로 그렸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자연과 지구의 아름다움에 끌리게 되었다. 각지에 시대를 초월하며 남아 있는 절과 성, 그리고 바다와 산, 강과 숲은 분명히 내가 생각해 만들어 내는 것 그 이상으로 아름답다. 더욱더 자연의 아름다움을 그리고 싶어 각 지방의 경치를 데생한다든지 카게에 작업을 했다. 도호쿠 지방(東北地方) 지진을 실제 눈으로 보았을 때 큰 충격을 받았다.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힘에 의해 부서진 피해지역, 거기에는 슬픔과 분노와 그리움, 인간 삶의 많은 것들이 파편으로 남아 있었다. 지구는 그대로다. 인간은 극복해야만 한다. 피해지역에 남아 있는 풍경 속에는 단지 자연의 풍경 그 이상의 무한한 아름다움이 있다. 재앙의 현실을 기록하는 작업으로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극복하고, 위로하고 또 미래의 희망을 느낄 수 있는 그런 그림을 그려가는 것이 나의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올해로 한 세기의 삶을 맞이한 거장이 전하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바로 사랑과 평화다. 그는 이번 전시가 한·일 양국 간의 관계가 조금 더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하며, “한 세기에 걸친 사랑·평화·공생의 메시지를 담은 작품들이 한국 관객들의 마음에 닿길 바란다.”100세 현역작가로서의 소회를 밝혔다.

 

 

후지시로 세이지 탄생 100주년 기념하는 <오사카 파노라마>은 오는 47일까지 세종문화회관 세종미술관 1, 2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일반 20,000원 청소년 15,000원 어린이 10,000)

 

 

 

그림책 환상의 새, 2011

 

고다츠와 고양이, 1980_꿈이 태어나다, 2006

 

꿈이 태어나다, 2006 외

 

세 개의 오렌지, 1974

 

스컹크캉크푸, 2016

 

무지개, 2005_사계의 기쁨 B, 2007_폭포, 2012
태양이 뜬다, 2002_무지개, 2005_사계의 기쁨 B, 2007_폭포, 2012
사계의 기쁨 B, 2007_폭포, 2012_가을의 난쟁이, 2008
폭포, 2012_가을의 난쟁이, 2008_두 인어, 2005_색소폰을 부는 소년, 2005

 

사계의 기쁨 A, 2007
바람 속의 하얀 피아노, 2001_사계의 기쁨 A, 2007

 

그림자 극
그림자 극 소품

 

성서이야기, 1980-2021
성서이야기_노아의 방주, 2021
성서이야기_성프란치스코 형제이신 태양과 창조된 모든 피조물의 찬가, 2002
성서이야기_성프란치스코 형제이신 태양과 창조된 모든 피조물의 찬가, 2002 02

 

와키쿠사야마야키, 2012_꿈이 날다, 2002_돈키호테와 산초, 2015

 

 

전시장 입구 로비의 오사카 파노라마(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