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시

[사진전] 서울미술관, 존재가 지닌 본연의 아름다움을 포착하는 일본 사진작가 카와시마 코토리의 《사란란》전

728x90

 

미라이짱 사진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카와시마 코토리 작가

 

 

- 일본 사진작가 카와시마 코토리의 첫 내한 전시

- 초기작부터 대표작 <미라이짱>을 포함 미공개 신작까지 309점을 소개

- 6개월간 서울을 주기적으로 방문하며 제작한 미공개작 〈사랑랑>, 150여점 최초 공개

- 직접 기획한 사진집의 샘플본 등 아카이빙 자료, 작가 인터뷰

- 작가가 가장 좋아하는 한국 싱어송라이터 우효와 콜라보레이션 작업물 공개

 

 

[서울문화인] 서울미술관이 <ABY BABY>를 시작으로 고단샤 출판문화 사진상을 수상한 <미라이짱>, 기무라 이헤이 사진상을 받은 <명성> 등 피사체와의 관계성이 두드러지는 자연스러운 인물 사진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일본의 사진작가 카와시마 코토리의 국내 최초 개인전 사란란을 지난 226일부터 서울미술관 별관 M2에서 선보이고 있다.

 

 

서울미술관 별관 M2 3개 층에서 진행하는 초대형 전시로, 그의 첫 사진 연작 BABY BABY부터 예술성과 대중성을 모두 지닌 그의 대표작 미라이짱, 서울의 모습을 포착한 신작까지 총 309점의 작품을 통해 그의 전반적인 작업 세계를 조명하고 있다.

 

 

〈 BABY BABY 〉 (2000-2004)
〈 BABY BABY 〉 (2000-2004)

 

 

BABY BABY(2000-2004)는 친구를 4년 동안 촬영한 사진을 모아 청춘의 변화하는 양상을 아름답게 포착한 연작이다. 전문 모델이 아닌 함께 대학교에 다니는 친구를 피사체로 삼아 작가와 대상 간의 긴밀한 유대감이 드러나 있다. 소녀가 가진 순수함과 사회인이 되기 전의 풋풋함, 눈을 떼면 사라질 것 같은 위태로움과 불안함 같은 청춘의 달콤 쌉싸름함을 다채롭게 담아냈다. 도쿄와 산책, 고양이 등의 주제와 섬세하고 아름다운 빛의 운용, 시간의 흐름에 따른 변화와 같이 그의 작품에 기초가 되는 다양한 요소들을 엿볼 수 있다. BABY BABY연작은 제10회 신풍사 히라마 이타루 사진상 대상을 수상하였으며, 작가의 첫 번째 사진집으로 발간되었다.

 

 

미라이짱, 2009-2011

 

 

하지만 그가 국내에 알려지게 된 것은 천진난만한 아이의 모습을 계절이 변화하는 2년 동안 촬영한 연작 미라이짱(2009-2011)이다. 고단사 출판문화 사진상 수상과 함께 사진계의 주목을 받았다. 사진집은 12만권 이상 판매되었으며, 국내에서도 이례적으로 수년간 일본도서 베스트셀러 1위를 석권하는 등 전세계적으로 사랑을 받았다.

 

 

미라이(未来, Mirai)’는 일본어로 미래를 의미하며, ‘(ちゃん, chan)’은 상대방을 친근하게 부를 때 붙이는 접미어이다. 카와시마는 신비로운 아이의 존재에서 미래를 떠올리며 미라이짱이라는 작품명을 붙였다.

 

 

단발머리의 귀여운 꼬마는 일본 니가타현 사도가섬에 사는 친구의 딸로 작가는 짧게는 3, 길게는 열흘 정도 친구의 집에서 함께 지내며 세 살배기 아이가 만들어내는 찰나의 순간들을 포착했다. 그렁그렁 차 있는 눈물, 인중을 타고 흐르는 콧물, 날름 내민 혀와 아이스크림이 범벅 된 얼굴 등 온몸으로 표현하는 아이의 일상을 보면 우리의 입꼬리에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진다. 날것의 표현이 어색해진 도시의 어른들에게 손 내미는 순진무구한 동심은 한없이 따스하고 달콤하다.

 

 

어린이를 피사체로 한 첫 작업 미라이짱은 대상이 지닌 내면의 감정과 본연의 아름다움을 이끌어내는 작가 고유의 특징이 두드러진다. 또한 일본 대중문화의 중심요소인 귀여움(可愛, Kawai)’의 미학을 구현한 대표적인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 명성 〉 (2014)

 

〈 명성 〉 (2014)

 

 

청춘들의 지극히 작고 소소한 일상이 섬세하게 표현한 명성(2014)시리즈는 전시를 위해 대만을 찾은 카와시마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대만의 모든 것에 매료되면서 작되었다. 이후 그는 3년간 서른 번에 거쳐 대만을 방문하고 7만장이 넘는 사진을 남겼다. 그가 대만에서 보낸 시간이 기록되어 있는 명성은 언어도 통하지 않는 사람들 사이에 들어가 이들의 삶을 사랑스럽고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낸 작품이다.

 

 

밝은 별을 뜻하는 작품명과 같이 웃고 장난치는 아이들부터 교복을 입은 소녀에 이르기까지 그의 사진에 담긴 모든 존재가 눈부시게 반짝인다. 한 명의 피사체를 오랜 기간 촬영하는 기존의 작업 방식에서 벗어나 거리에 있는 여러 대상을 담아내며 작가의 확장된 작업 세계를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진의 판형을 살린 독창적인 형태의 사진집으로 제 30회 기무라 이헤이 사진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전시명인 사란란은 작가가 가장 좋아하는 한국어 사랑사람을 조합해 만든 단어로 서울에서 작업한 사진을 처음으로 공개하고 있다.

 

 

사랑랑, 2024

 

작가는 이번 작품의 제목을 고민하고 있을 때 도쿄에서 영화감독 양익준 씨와 촬영을 하고 있었다. 촬영이 끝나고 갑자기 '사랑랑'이라는 제목이 떠올랐으며, 한국어를 못하는 작가에게 두 단어는 같은 소리로 들려 사랑랑이라는 의미를 담아, 작업 노트의 표지에 어설픈 손글씨로 사란란이라고 적었다고 한다. 하지만 노트에 잘못 쓰여진 단어는 서툴고 어색하지만 외국인의 시선에서 바라본 서울이라는 도시에 대한 감정이 가득 담겨있다. 전시의 제목은 초기에 적힌 단어인 사란란’, 작품명은 그의 의도를 담은 사랑랑으로 정해졌다.

 

 

의미 없이 스쳐 지나가는 것들, 발걸음을 붙잡은 구름, 언제 만들어졌는지 알 수 없는 을지로의 오래 된 간판, 흐트러지는 별빛의 모습을 닮은 노을 진 한강까지 이번 전시에서 최초로 공개하는 그의 신작 사랑랑은 한국에 대한 작가의 애정과 개인의 성장통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작업이다.

 

 

 

 

 

 

막막함과 피로감을 느끼던 시기에 서울을 방문한 작가는 도시가 지닌 빠르고 열정적인 에너지에 새롭고 신선한 감각을 느꼈다고 한다. 처음 계기는 작품을 만들러 갔다기보다는 좀 더 사적인 사정이 있었다며, 서울에 있으면 기분이 너무 좋아서 여기서 작품을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찍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 작가는 20239월부터 20243월까지 거의 매달 서울을 오가며 사진을 찍는다는 행위를 중심 원리로 삼았던 초심으로 돌아가 서울을 촬영하였으며, 감성적인 시선으로 바라본 서울의 일상적인 풍경은 작가 특유의 감성적인 시선으로 재해석되었다.

 

 

사랑랑연작에는 작가가 가장 좋아하는 한국 싱어송라이터 우효와의 콜라보레이션 작업물도 만나볼 수 있다. 그가 서울을 촬영한 영상 작업과 함께 우효의 음원 돌아온 울고있을레게가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이번 작업은 20여 년간 사진에 매진해 온 작가가 최초로 시도하는 영상 작업물이기도 하다.

 

 

카와시마 코토리 작가

 

 

개막에 맞춰 한국을 찾은 카와시마 코토리와 잠시 얘기를 나눌 시간이 있었다. 그는 먼저 사진을 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 사진은 17살 때부터 시작했다. 사진이 그림과 다른 것은 상대방이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시작하게 되었다며 그래서 그는 상대방을 존경하는 마음으로 찍는다. ‘미라이짱시리즈에서 미라이의 자유로운 감정을 보면서 존경하게 되었고, 미라이의 매력과 좋은 점을 담으려 했다고 한다.

 

 

이어 작가는 서울과의 인연은 아주 오래되었다고 밝혔다. “사진을 시작하기 바로 그 1년 전 처음으로 서울에 갔었다. 계절은 겨울이 시작될 무렵이었다. 일주일 동안 서울에 있는 고등학교에 다녔는데, 같은 반 친구들이 모두 열정적이었다. 그때의 기억이 제 안에 남아 있었던 것 같다. 이번 촬영 중에도 가끔 그때의 기억과 감각이 떠오르곤 했다. 도쿄의 학교로 돌아가면 다들 다소 차갑게 식어있었다. 하지만 서울의 동갑내기 친구들은 굉장히 활기차고 다들 친하게 지냈다. 방과 후 친구들과 명동에 가서 밤늦게까지 놀기도 하고요. 다들 너무 활기차고, 그런 모습이 조금 부럽기도 했다며 그러면서 이번 사진 작업을 하면서 고교시절 잠시 서울로 유학을 왔을 때 기억되던 투명한 하늘색의 하늘이 똑같다고 밝혔다.

 

 

이번 서울에서 작업에 대해서는 내가 서울에 살고 있다면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을까 생각하면서 사진을 찍었다. 그래서 매일 찌개를 먹고, 매일 아침 좋아하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기도 했다고 한다. 또한, “일본에서는 촬영 장소는 우연에 가깝지만 이번 한국에서의 촬영은 친구나 지인에게 이야기를 듣고 방문하여 촬영하였다. 그 중에는 양익준 감독도 장소를 추천해 주었다고 밝혔다. 그래서 그럴까 왠지 그의 사진에는 양익준 감독이 영화에 그려낸 친근한 분위기와 자연스러움이 느껴진다. 작가는 서울에는 오래된 전통이 있는 건물과 새로 짓고 있는 건물이 혼재되어 있다. 새로운 것의 에너지도 굉장히 좋다.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이 소용돌이치는 느낌이 있어서 촬영을 하면서 서울의 성장하고 새롭게 변화하는 에너지에 저도 덩달아 힘을 얻었다고 밝혔다.

 

 

S(e)oul mate, 2024

 

 

그는 이번 서울 작업에는 모델 정다원과 김규리, 배우 나카노 타이가, 우스다 아사미가 함께 하였다. ‘사랑랑을 만들기 위해 서울로 다니던 기간 동안 오랜 친구인 우스다 아사미(일본의 배우)의 사진을 찍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이 사실을 알게 된 우스다가 서울에 와주어서 사진을 찍게 되었고 사랑랑과는 별도로 우스다 씨와 협업한 작품을 만들고 싶어서 두 가지로 나눴고 그것이 ()울메이트이다.

 

 

 

 

작가는 “‘()울메이트라는 단어 속에는 도시 이름인 서울과 마음, 영혼을 뜻하는 soul의 두 가지 의미가 담겨 있다, 우스다 씨와 서울에서 촬영하던 시기가 두 사람 모두 외로움을 많이 느꼈던 시기였고, 그런 두 사람의 공감을 통해 만들어진 작품이다고 밝혔다.

 

 

S(e)oulmate(2024)는 우스다 아사미(臼田あさ, Usuda Asami)와 함께 서울의 겨울을 배경으로 촬영한 사진으로 가을 길거리를 가득 채운 낙엽, 수평선을 가로지르는 햇빛, 벽돌 사이에 숨어있는 고양이와 같이 일상에서 스쳐 지나가는 작고 아름다운 존재들이 담겨 있다.

 

 

마지막으로 카와시마 코토리는 서울이 지닌 에너지에 덩달아 힘을 얻게 되었다며 한국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드러내며, “이번 서울미술관에서 20년이 넘는 세월동안 작업한 다양한 시리즈들을 대거 소개하는 자리를 갖게 되어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또한 사진은 자신의 세계를 스스로 발견하고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는 매체"라고 생각한다며, “사진이 가진 힘을 전달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전시장을 찾은 관객과 대화를 나누는 작가
전시장을 찾은 관객과 대화를 나누는 작가
전시장을 찾은 관객과 대화를 나누는 작가

 

 

이번 전시에서는 아날로그 방식을 사용하여 작가가 직접 인화한 C-Print 및 젤라틴 실버 프린트(Gelatin Silver Print) 작업을 함께 공개하고 있으며, 전시장 곳곳에서 카와시마의 작품에 피사체로 등장한 유명 배우 나카노 타이가, 우스다 아사미, 양익준과 뮤지션 아이묭의 추천사와 직접 기획한 사진집의 샘플본을 비롯하여 그가 제작한 독특한 판형의 도서들과 작가에 대한 기사 글을 감상할 수 있는 아카이빙 공간이 구성되어 있다. 전시장 내에는 작가 인터뷰 상영도 마련되어있다.

 

 

또한, 보다 깊이 있는 감상을 현장에서 무료 오디오 가이드가 제공되며, 15인 이상의 단체의 경우 사전 예약을 통해 별도의 고품격 전시 해설을 들을 수 있는 아트패스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전시는 1012일까지 진행되며, 전시기간 동안 서울미술관 소장품전 나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와 쿠팡 알럭스와의 공동 기획전아트 오브 럭셔리, 흥선대원군 별서 석파정(石坡亭)’과 함께 관람할 수 있다. 관람료는 성인기준 20,000원이다

 

 

 

좋은아침 여보세요 사랑해요, 1997-2020

 

좋은 아침 여보세요 사랑해요(1997-2020)는 작가가 사진을 찍기 시작한 순간부터 2020년까지 약 20여 년에 걸쳐 촬영한 사진을 엮은 연작이다. 작가는 일상 속에서 인사말을 건네듯 모든 것들을 사진에 담았다. 무심코 올려다본 하늘, 길가의 풀이나 들꽃, 항상 제 자리를 지키는 건물, 거리를 걷는 사람들과 고양이같이 일상 속 찰나의 순간을 포착하며, 사소한 것들 사이에 우리가 놓치기 쉬운 진정한 아름다움과 기쁨이 깃들어 있다는 작가의 신념을 담아내었다. 공개되지 않았던 초기작부터 근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기의 작업 세계를 포괄하는 이 연작은 초상사진이 아닌 풍경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카와시마의 새로운 면모를 선보인다.

 

 

그곳에 무엇이 있는지 알고 싶어서, 2019

 

그곳에 무엇이 있는지 알고 싶어서 (2019)는 일본의 연기파 남자배우 나카노 타이가(仲野 太賀, Nakano Taiga)와 독보적인 마스크를 지닌 대만의 여자배우 야오 아이닝(姚愛寗, Yao Aining)이 함께한 작업이다. 사진가와 피사체 사이에는 카메라가 존재한다. 나와 너 사이에 위치한 카메라를 통해 두 사람을 둘러싼 공기, 관계, 마음이 자연스럽게 사진에 담긴다. 서로를 찍어주는 듯한 구도는 청춘 남녀의 설레는 연애를 관찰하는 인상을 준다. 나아가 작가와 피사체 사이의 다정한 감정과 분위기가 사진을 가득 채우고 있다.

 

(세계)², 2017-2021

 

〈(세계²(2017-2021)을 발표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다음 작업으로 나아가고자 했다. 이들은 새로운 시도를 위해 전작의 배경인 일본이나 대만 등 아시아를 비롯하여 포르토, 베를린과 같이 세계 각국을 돌며 4년간 촬영을 진행하였다. 타이가의 남성적인 매력을 포착하며, 시간의 흐름에 따라 무르익어가는 타이가의 자연스러운 멋을 담아냈다.

 

 

〈 Vocalise 〉 (2024)

 

Vocalise(2024)미라이짱을 제작하던 시기에 아이와 함께 프랑스, 영국, 핀란드 등 유럽의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촬영한 사진은 13년의 시간이 지나 2024년 사진집의 형태로 발간되었다. 작품명인 ‘Vocalise’는 가사 없이 모음만을 사용하는 가창 연습곡을 의미한다. 시골 섬마을의 어린 아이에게 미지의 세계인 유럽에서 맞닥뜨리는 모든 것들은 전부 도전이자 시도였으며, 아이의 모든 반응과 옹알이는 작가에게 노랫말처럼 느껴졌다고 한다. 싱그러운 여름 풍경 속에서 새로운 세상을 탐험하는 소녀의 환상적인 여정은 인생의 새로운 도약 지점에서 변화의 순간을 마법같이 포착하는 그의 작업적 특징이 드러난다. 또한 일상의 단면을 포착하는 다큐멘터리 사진의 특성과 개인의 서사성을 동시에 표현하는 카와시마의 사진 미학이 반영되어 있다.

 

 

 

 

관람일 | 수요일~일요일

휴관일 | 월요일, 화요일

전시장 관람시간 | 10:00 18:00 (전시마감 1시간 전까지 입장가능)

석파정 관람시간 | 11:00 17:00

 

 

성인 | 20,000

학생(//)| 15,000(학생증 지참)

미취학 아동(36개월 이상) | 13,000

우대 | 13,000

*65세 이상, 군인, 국가유공자, 장애인복지법에 의한 장애인 및 장애 3급 이상 장애인의 동반자 1인까지 동반 할인 적용.

단체관람 | 30인 이상 10% 할인/ 아트패스 별도 문의.

단체관람예약 | 02-395-0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