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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미술

[백남준아트센터]백남준이 비디오로 펼쳤던 시간에 대한 고찰, 그의 시각으로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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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아트센터, 백남준전 《전지적 백남준 시점》

▶ 백남준의 눈으로 백남준의 작품을 감상하고, 음악을 듣고, 글을 읽으며 백남준이 비디오로 펼쳤던 시간에 대한 실험에 다가가다.

▶ 〈자석 TV〉, 〈참여 TV〉 등 백남준아트센터가 소장한 1960년대 초기 작품뿐 아니라 리움미술관, 애경산업, 국립현대미술관, 브레멘 미술관 등에서 대여한 〈천왕성〉, 〈TV 피아노〉, 〈세 대의 카메라 참여〉 등의 작품을 통해 ‘시간’에 대한 백남준의 사유를 따라 구성

 

 

[서울문화인] 백남준을 떠올리면 시대를 앞서간 예술가로서 인식된다. 그러나 당시의 앞서간 혁명적 표현방식(도구)도 이제는 과거의 추억을 소환하는 존재가 되어 버린지 오래다. 그렇다고 그의 혁명적 예술이 폐기되고 사라진 것은 아니다.

 

 

특히 백남준은 일찍히 비디오가 새로운 시간을 경험하게 해준다는 점에 주목하며 다양한 작품으로 남겼다. 이 가운데 13개의 모니터에 초승달부터 보름달까지 변화하는 달의 모습을 담은 달은 가장 오래된 TV는 시간에 대한 백남준의 실험을 확인할 수 있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백남준은 WNET 방송국과의 인터뷰에서 비디오 예술가들이 추상적인 시간을 발견했다고 말하면서 시간은 느낄 수 있지만, 볼 수 없는 것입니다. 저는 시간의 일부분을 붙잡아 공간에 배치하고 싶었어요.”라고 언급하며 변화하는 달의 모습을 자신만의 기술 방식으로 추상적 시간을 시각화하였다.

 

 

달은 가장 오래된 TV Moon is the Oldest TV, 1965 (2000)

 

 

지난 410일부터 경기문화재단 백남준아트센터(관장 박남희)는 백남준의 지난 인터뷰 영상을 중심으로 그가 전달하고자 했던 시간의 개념을 다층적으로 다루는 전시 전지적 백남준 시점를 선보이고 있다.

 

 

전시는 백남준의 눈으로 작품을 감상하고 음악을 듣고 글을 읽으면서, 비디오를 매개로 한 백남준의 시간 실험에 참여하게 된다는 의미로 백남준아트센터가 소장하고 있는 2,285점의 비디오 아카이브 중 한국, 미국, 일본, 독일 등 다양한 국가에서 방영된 백남준의 인터뷰 영상을 편집하여 작품과 함께 상영, 비디오를 그림에 빗대어 설명하고, 전자기술을 시연하는 등 화면을 통해 생생한 젊은 백남준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이번 전시에는 달은 가장 오래된 TV외에 촛불 TV, 자석 TV, 참여 TV, -아베 비디오 신디사이저,TV 정원등 백남준의 실험적인 작품 약 10점이 백남준의 인터뷰와 함께 전시되고 있다.

 

 

촛불 TV, 1975 (1999)

 

〈TV 정원〉 TV Garden, 1974 (2002)

 

TV 물고기, 1975 (1997)

 

TV 물고기, 1975 (1997)

 

 

백남준은 일본 NHK 방송국과의 다큐멘터리에서 참여 TV, 자석 TV, 촛불 TV를 제작하게 된 배경과 작동하는 원리를 설명했다. 특히 전시에 출품된 자석 TV는 장 폴 파르지에의 단편 영화 남준, 한 번 더에서 시연한 자석 TV와 동일한 작품으로, 전자적으로 만들어진 감각적인 화면을 직접 감상할 수 있다.

 

 

백-아베 비디오 신디사이저, 1969 (1972)

 

 

또한, 백남준은 독일 ARD 방송국과의 인터뷰에서 -아베 신디사이저에 대한 설명을 바탕으로 인터넷과 미디어를 직접 다루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언급하여, 시대를 앞서간 예술가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다. 1969년의 하워드 와이즈 갤러리에서 열린 전시 창조적 매체로서의 TV에 출품되었던 세 대의 카메라 참여역시 이번 전시에서 주목할 만한 작품이다. 전시 기록 영상에서 백남준이 작품을 설치하는 모습까지 함께 관람할 수 있어 그의 작업 방식과 창작 과정까지 엿볼 수 있다는 점이 전시의 의미를 배가한다.

 

 

세 대의 카메라 참여, Three Camera Participation, 1969 (2001)

 

세 대의 카메라 참여는 흑백 카메라 세 대에 연결된 텔레비전에 다채로운 색깔의 그림자가 나타나는 작품이다. 카메라는 각각 텔레비전 내부의 빨강, 초록, 파랑의 전자빔을 통해 피사체를 비추고, 카메라와 텔레비전 사이에 신호를 맞춰주는 장비와 증폭기를 연결하여 세 가지 색이 텔레비전 화면에 합쳐져 나타난다. 이는 프로젝터와도 연결되어 벽면에 영사되며, 마찬가지로 아름다운 그림자를 만든다. 그림자놀이를 연상시키는 이 작품은, 관객의 참여로 완성되어 스스로 현실에 대한 인식과 표현을 되짚어보게 한다. 백남준은 비싼 컬러 카메라를 대체하기 위해 단순한 기술로 원하는 장면을 연출함으로써 실험적인 영상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인터뷰 영상과 함께 전시되는 작품 외에도 백남준의 시간을 경험할 수 있는 비디오 조각들이 전시된다. 과거의 도구부터 현재 문명까지 아우르는 기술적 상상력을 보여주는 비디오 샹들리에 No.1와 우주로 확장된 예술적 상상력을 보여주는 천왕성, 백남준의 음악과 비선형적인 시간을 보여주는 TV 피아노등이 바로 그것이다.

 

 

비디오 샹들리에 No 1, 1989

 

TV 피아노 TV Piano, 1998

 

백남준은 어릴 적부터 피아노와 작곡을 배우며 작곡가의 꿈을 키웠다. 백남준이 처음으로 실험 텔레비전을 개인전에서 선보인 전시의 제목은 음악의 전시 전자 텔레비전이었으며, 작품은 단지 시간-예술이라고 했다. 비디오아트 역시 시간을 기반으로 하는 예술로, 시간의 흐름에 의해 지배된다. TV 피아노는 그런 측면에서 시간을 중심으로 하는 백남준의 음악과 비디오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피아노 위에는 12대의 텔레비전이 불규칙하게 쌓여 있다. 몇 대의 텔레비전은 폐쇄회로 카메라를 통해 촬영된 피아노를 실시간으로 송출하며, 다른 텔레비전은 백남준의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비디오 속 백남준은 카메라를 손에 들고 마치 건반을 누르듯 연주를 이어간다. 백남준의 비디오 피아노 연주는 피아노의 내외부를 관통하기도 하고 흐르기도 하면서 비선형적인 시간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준다.

 

 

천왕성 Uranus, 1991

 

 

이 가운데 백남준의 예술적 상상력이 우주로 확장된 작품 천왕성2006년 리움미술관의 소장품 전시 이후 처음 공개되는 작품이자 우주 오페라 3부작과 행성 연작 해와 달, 금성, 화성, 해왕성의 하나이다. 태양계의 일곱 번째 행성인 천왕성은 대기 중 메탄 성분으로 인해 청록빛을 띤 채 희미한 얼음 고리를 품고 있다. 백남준의 천왕성역시 이러한 천왕성의 특징을 반영하여 화려한 네온과 24개의 모니터를 통해 다채로운 영상을 보여준다. 24개의 화면을 넘나드는 찬란한 영상들은 순간성과 영원성이 교차하며 우주의 시적 초상을 그려내었다. 그러나 현재 다른 행성 연작은 어느 곳에 소장되어 있는지 알 수가 없다고 한다.

 

 

또한 이번 전시를 통해 백남준아트센터의 새로운 소장품인 피터 무어의 사진 7점이 공개되었다. 피터 무어는 1960년대 초반 뉴욕의 예술 공동체의 일원으로 플럭서스, 저드슨 댄스 시어터 그리고 수많은 해프닝을 기록하며 당대 실험적 공연 예술의 에너지를 생생하게 사진에 담아냈다. 일순간 사라지는 퍼포먼스의 본질을 꿰뚫어 본 무어는 내가 기록하지 않으면, 이 모든 것이 사라질 것이다라는 신념으로 30여 년간 사진 작업을 이어가며 방대한 사진 아카이브를 남겼다. 무어의 사진 속 백남준은 흐르는 시간 속에 존재하면서도 마치 조각 작품처럼 인상 깊은 이미지로 각인된다. 필름을 위한 선앞에서 스크린을 응시하는 백남준, 자석을 쥐고 텔레비전 영상을 만드는 백남준, 물이 가득 찬 석유통에 빠지기 직전의 샬럿 무어먼, 바이올린을 끌며 한없이 걸어가는 백남준. 무어의 사진은 움직임이 시작되는 순간이 곧 예술이 완성되는 정점임을 보여준다.

 

 

클라우스 바리시, 백남준, 피아노 포르테를 위한 연습곡, 1960년 10월 6일 콘서트, 1960

 

 

 

 

 

백남준아트센터에서는 이번 전시와 연계하여 5월부터 12월까지 백남준의 작품과 다큐멘터리 등을 상영하는 랜덤 액세스 홀 상영회를 개최한다. 랜덤 액세스 홀 상영회는 백남준의 작품인 마이 믹스 81로 시작하여 장 폴 파르지에 감독의 단편 영화 남준, 한 번 더, 그리고 미국 WNET 방송국에서 방영한 백남준: 텔레비전을 위한 편집창조적 매체로서의 TV, 독일 WDR 방송국의 다큐멘터리 아방가르드는 당당하다까지 백남준아트센터가 선정한 백남준 관련 비디오를 매월 한 편씩 상영한다. 전시는 백남준아트센터 1층 제1전시실에서 2026222()까지 진행된다.

 

 

 

백남준아트센터, 젊은 예술가를 발굴하고 소개해 온 전시 시리즈 《랜덤 액세스 프로젝트》

2층 전시실에서는 백남준아트센터가 젊은 예술가를 발굴하고 소개해 온 전시 시리즈로 동시대의 실험적인 시도를 보여주는 랜덤 액세스 프로젝트 4.0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는 고요손, 김호남, 사룻 수파수티벡, 얀투, 장한나, 정혜선·육성민, 한우리로 구성된 국내외 7(8)의 젊은 예술가들이 참여하여 백남준의 실험정신을 보여주는 작품 14점을 선보이고 있다.

 

 

고요손

 

사룻 수파수티벡

 

얀투

 

장한나

 

정혜선·육성민

 

한우리

 

 

 

참여 작가들은 현대 문명의 이면과 잠재된 가치들을 드러내고, 우리가 규정해 놓은 사고방식과 관행에 의문을 제기하는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이 전시는 629일까지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