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곡미술관 《석난희_ 그림 속의 자연 畵中自然》 전
‘석난희, 1960년대 ‘뜨거운 추상’의 시대에 ‘자연의 순수’를 그리다‘
[서울문화인] 올해 86세를 맞이한 노화백의 얼굴에는 아직도 소녀와 같은 미소를 띠고 있지만 그녀의 작품에는 옅은 미소와 달리 힘이 넘쳐나고 있다. 마치 사군자의 강함과 부드러움이 안방마님의 손끝에서 새롭게 피어나는 듯하다.
성곡미술관이 2025년 첫 전시로 60여 년 동안 자연과 추상미술을 탐구해 온 석난희(b. 1939)의 예술 세계를 조망하는 《석난희_ 그림 속의 자연 畵中自然》전을 선보이고 있다.
석난희는 김환기의 제자로, 한국 앵포르멜 미술(Art Informel)의 영향을 받으며, 1962년 미술대학 재학 중 최우수 학생으로 선발돼 첫 개인전을 열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후 파리국립고등미술학교에서 유학하며 예술적 시야를 넓혔고, 1969년 귀국 후 자연을 주제로 한 추상미술을 탐구하며 독창적인 표현 방식을 발전시켰다. 특히 1970년대부터 목판화와 판목화를 병행하며 자연을 작품 속에 직접 흡수시키려 시도했고, 1985년에는 자연과 더 가까워지기 위해 경기도 안성에 작업실을 마련했다. 그의 모든 작업은 ‘자연 연작’으로 일관되며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관계’를 담아내고자 한 그의 예술은 ‘자연과 인간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세계관’을 반영한다.
이번 전시는 석난희의 예술적 역량이 가장 왕성하게 발휘되었던 1980년대를 중심으로, 그의 회화뿐만 아니라 석판화, 목판화, 판목화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60여점을 통해 자연을 주제로 한 석난희 만의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깊이 있게 조명하고 있다.
특히 그의 70년대 초반의 작품 <판목화> 연작은 칼자국이 선명한 선묘의 구성으로 시각적으로 완성된 일반적인 평면 회화가 아닌 자연을 그대로 회화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면서 자연을 자가만의 방식으로 판목이라는 평면에 새겨 넣은 듯하다. 더불어 62년 대학 재학 중에 첫 개인전 작품 가운데 화집에 실려있는 〈누드〉(1962)와 함께 김환기가 그린 <난희 얼굴>(1962)는 그동안 인식된 그녀의 작품과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전시의 제목 ‘그림 속의 자연 畵中自然’은 중국 송대 문인 소동파가 왕유의 시를 평한 표현, “시 속에 그림이 있고, 그림 속에 시가 있다(詩中有畫, 畵中有詩)”에서 차용된 타이틀로 이는 평생 자연을 탐구한 석난희의 작품 세계를 함축하며, 그의 작업에서 드러나는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동양적 예술관과 맞닿아 있다.
석난희는 추상화를 통해 그림과 시가 결합하는 방식으로 자연의 리듬과 정신의 자유로움을 표현하고자 했다. 그는 어린아이의 순진한 정신의 흐름을 포착해내는 듯한 그의 작품은 대상을 묘사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의 무의식적 붓질과 먹 선들은 자유로운 정신세계와 생명의 리듬을 표현한다. 특히, 화면을 가로지르는 선이나 문자 형태를 연상시키는 반복적 필치는 동양적 서예와 회화의 결합을 떠올리게 한다.
특히 그의 회화에서 번진 듯, 사라지는 듯한 갈색과 녹색 계열의 배경은 다른 색채임에도 자연이라는 거대한 배경으로 조화롭게 어우러지며, 그의 내면적 사유와 정신적 자유를 시각화하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조형적 특징은 1980년대 작품에서 더욱 두드러지며, 그의 예술 세계의 핵심이자 한국 추상미술에서 독창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요소로 자리 잡았다.
한편 2관에서는 부산시립미술관 미술 생태계 균형화 프로젝트로 8명의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젊은 시각 새로운 시선 2025>전이 진행되고 있다. <젊은 시각 새로운 시선 2025>전은 부산시립미술관이 1999년부터 지역 청년 작가의 발굴과 성장을 위해 지속해서 개최해 온 정례전으로 현재 부산시립미술관이 2027년 상반기 재개관을 목표로 개보수 공사(리빌딩) 중이여서 서울에서 진행하고 있다. 두 전시는 성곡미술관 1관, 2관에서 7월 6일까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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