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문화인] 국립민속박물관이 1994년 12월, 8폭의 낱장 상태로 입수하여 소장하고 있던 ‘신‧구법천문도’를 병풍 장황으로 복원하고 이를 기획전시실 2에서 복원을 다룬 《다시 만난 하늘: 보물 신․구법천문도 복원기》 특별전을 통해 선보이고 있다.
옛사람들은 하늘의 별을 보고 개인과 나라의 길흉화복을 예측했다. 동서양의 밤하늘을 함께 그려, 하늘의 뜻을 이해하려고 천문도를 제작했다. ‘신‧구법천문도’는 서양 천문도의 도입과정기에 동양 전통의 천문도인 ‘천상열차분야지도天象列次分野之圖’를 버리지 않고, 서양 전래의 신법천문도인 ‘황도남북양성총성도黃道南北兩總星圖’와 조화를 이루게 구성하였다는 점에서 18세기 후반 조선 지식인층의 우주관을 잘 나타내주는 한국과학사의 대표적 보물 가운데 하나로 특히 국내 현존 유일본으로서 2001년 보물로 지정되면서 ‘신‧구법천문도’라는 명칭이 부여되었다.


상단 도설은 청나라 흠천감欽天監에서 천문 및 역산 업무를 담당하던 독일계 예수회 선교사 이그나츠 쾨글러(Ignaz K gler)가 1723년에 제작한 <황도총성도黃道總星圖>를 출전으로 삼았다. 두 개의 성도星圖는 각각 남북의 황극黃極을 중심으로 하며, 바깥 원은 황도黃道를 나타 낸다. 두 성도 외에 칠정七政의 형상이 표현되어 있는데, 이는 대천리경(大千里鏡, 고성능 망원경)을 통해 관측한 태양의 흑점, 토성과 목성의 위성 등 실제 천문 현상까지 담고 있다. 도설의 말미에는 “옹정 원년(1723) 계묘년에, 극서極西의 대진현(戴進賢, Ignaz K gler)이 법을 세우고 이백명(利白明, Ferdinando Bonaventura Moggi)이 새기다.”라고 명기되어 있어, 성도의 제작 시기와 제작자를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

천문도는 전체 8폭이며, 크게 3개의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3폭은 천상열차분야도天象列次分野圖와 그 유래를 밝히는 내용이 적혀 있고, 제4~7폭은 황도남북양총성도黃道南北兩總星圖와 상·하단에 제작 연원과 별자리에 대한 설명이 되어 있으며, 제8폭은 일월오성도日月五星圖로 구성되어 있다. 수집 당시 천문도의 상태는 병풍에서 분리된 낱장 형태였으며, 별자리와 설명문 일부가 훼손되거나 망실되었고 부분적으로 먹으로 낙서가 되어 있었으며, 표면에는 종이를 붙인 풀 자국이 전체적으로 남아 있었다.
입수 당시부터 복원과 보존처리 의견이 꾸준히 제기되었지만 20여 년이 지나 2019년, 낱폭 상태로 보관되던 ‘신‧구법천문도’가 보존과 전시를 위해 국립민속박물관 보존 전문가인 전지연 학예연구사의 주도로 10여 년의 관찰 기간, 6년의 집중적인 작업 끝에 2023년 보존처리, 복원, 복제를 완료하고 복원과 함께 입수부터 복원까지의 전 과정을 기록한 총서를 발간하였다. 총서에는 상세 도판, 별자리 일러스트, 도설 해설뿐만 아니라 색상별 천연·합성 안료 정보도 상세히 수록하여 연구자와 일반 독자들에게도 유용한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현존 자료 중 가장 이른 시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
병풍 장황의 원형 복원 연구에서는 국립민속박물관 소장본(신‧구법천문도)을 비롯하여 현존하는 여러 이본(異本)을 비교 조사한 결과, 국립민속박물관 소장본이 현존하는 이본 가운데 가장 이른 시기에 제작되었을 가능성이 확인됐다. 사용된 안료, 별자리 도상, 도설의 한자 형태, 천문학적 고증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그 제작 시기의 상한을 1788년 이후로 추정하게 되었다.
복원 천문도와 보존 전문가의 애환을 담다. 《다시 만난 하늘: 보물 신․구법천문도 복원기》
신․구법천문도의 복원기를 다루고 있는 특별전은 낱장 형태로 훼손되었던 유물을 원래의 병풍 형태로 복원한 보물 <신·구법천문도>와 보존 전문가의 치열했던 복원 과정 이야기 및 관련 도구들는 물론 복원을 진행한 전지연 학예연구사의 증언을 중심으로 문화유산 보존 전문가의 애환과 각종 에피소드를 들어볼 수 있다.
“복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연구입니다. 연구가 반이에요.”
전지연 학예연구사는 문화유산 복원 작업에서 제일 중요한 과정은 연구라고 한다. 대상 유물을 보고 곧바로 보수, 복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원래 모습을 추측할 수 있는 비교연구를 수행해야 한다. 신․구법천문도는 최초 연구 당시 국내외 3건의 천문도를 기반으로 연구를 했다. 이후 국내외 도서관과 박물관 등에서 다른 신․구법천문도의 존재가 확인되면서 비교 자료가 점차 늘어나서 완벽한 복원을 위한 토대가 마련되었다.
이번 천문도 복원 작업에서 가장 어려운 작업은 색 맞춤 작업이었다고 한다. 옛 색깔 그대로 맞춰야 하는데, 조금만 물이 과하거나, 적어도 얼룩이 생기고, 색이 달라진다. 전지연 학예연구사는 “보이는 색을 그대로 내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게 덧입히는 일이다.”라고 하며 이는 달리 보면 색을 덮는 게 아니라, 감춰야 하는 일이라고 한다.



또한, 문화유산의 ‘보존’이란 “지금 우리가 가진 문화유산의 고유한 가치를, 우리 자식 세대에, 또 그다음 세대에 온전히 전하기 위해 취하는 모든 조치”라고 말한다. 관람객들이 박물관에서 감상하는 문화유산들의 보존처리가 ‘깨끗하고 말끔한 결과’를 목표로 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가장 잘된 보존처리는 어디를 손댔는지 모르게, 유물이 안정된 상태로 남기는 것이다. 손때를 무리해서 닦아내지 않기, 과거를 지우지 않기, ‘고쳐진 티’가 나지 않기. 그것이 진짜 보존이다.
이처럼 전시에서는 복원의 단계별로 전지연 학예연구사와 국립민속박물관 서화실 직원들의 눈물겨운 분투기를 소개하며, 문화유산의 복원과 전승에 대한 고민도 함께 나눌 수 있다.





전시는 11월 3일(월)까지 진행되며, <신․구법천문도> 복원기를 다룬 총서는 국립민속박물관 누리집(www.nfm.go.kr)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또한, <신‧구법천문도>의 보존처리 과정은 국립민속박물관 유튜브 채널에서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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