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시

우양미술관, <백남준 Humanity in the Circuits>... 1980-1990년대 백남준 작품 선보여

728x90

 

 

 

경주 우양미술관, 미공개된 나의 파우스트연작 2... 30여 년 만에 공개

2025 APEC 정상회담의 경주 개최를 기념, 우양미술관 기획한 한국미술특별전 <백남준>

 

 

 

[서울문화인] 현대 미술사에서 한국을 넘어 현대 세계 미술사에도 백남준을 빼놓을 수 없다. 백남준은 작품은 시대를 앞선 선구자적이다. 그는 테크놀로지를 단순한 표현 수단이나 시청각 실험의 장으로 다루는데 그치지 않고, 인류 정신의 새로운 확장 가능성으로 인식하며 공동체적 사유를 본격화했다. 그의 작품은 TV, 위성, 로봇, 인터넷, 사운드, 퍼포먼스 등의 다양한 매체가 하나의 회로처럼 얽혀 있으며, 동양과 서양, 정신과 물질, 예술과 기술이 서로 분리된 것이 아닌, 하나의 거대한 유기 회로 안에서 상호작용하며 공명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백남준, 전시장 이미지에서

 

 

올해 재개관과 더불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의 경주 개최를 맞아 우양미술관이 미술관의 백남준 소장품 12여 점을 비롯해, 1990년대 백남준의 판화 제작 실무자였던 마크 팻츠폴(Mark Patsfall)의 판화 컬렉션 아카이브를 소개하는 전시를 선보이고 있다.

 

우양미술관

 

 

“기술이 만든 세상 속에서, 예술은 어떻게 인간성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인가?”

 

 

전시는 1980-1990년대 백남준의 예술의 전환기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특히 이번 전시의 주요작 중 하나는 백남준의 비디오 설치 연작 나의 파우스트(13) 시리즈 중 나의 파우스트 경제학나의 파우스트 영혼성1992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진행된 전시에서 13점 모두 공개된 이후, 처음 공개되었다. 1989년부터 1991년 사이 제작된 이 연작은 괴테의 고전을 바탕으로 자본, 윤리, 시간, 존재라는 주제를 동서양의 철학과 기술적 상상력 안에서 교차시킨다. ‘경제학이 자본과 인간 가치의 충돌을 형상화한다면, ‘영혼성은 기술의 유한성 속에서도 기억과 정신이 지속될 수 있는 가능성을 탐색한다.

 

 

나의 파우스트_경제학, 1992, MIxed media, 311x192x107cm

 

나의 파우스트_영혼성, 1992, Mixed media, 311x192x107cm

 

나의 파우스트 13점_ 드로잉

 

<나의 파우스트>는 괴테의 저서 파우스트로부터 영감을 받은 작품으로, 서구 문명의 지성과 욕망, 끝없이 탐구하는 인간이 도출해낸 문명의 기본 요소들을 상징한다. 백남준은 이에 영향을 받아, 자신의 세계관을 집약한 총 13점의 <나의 파우스트> 시리즈를 제작하였다. 각 작품은 환경, 농업, 경제학, 인구, 민족주의, 영혼성, 건강, 예술, 교육, 교통, 통신, 연구와 개발, 자서전이란 13개의 핵심 주제를 담고 있다. 해당 조각들은 주제에 상응하는 형상과 오브제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는 인류 문명의 구조를 사유하는 총체적 작업으로 평가된다.

 

 

[2022 국립현대미술관 백남준 효과] 백남준_나의 파우스트 연작-민족주의, 인구, 통신, 예술, 농업, 교_1989-1991_혼합매체_리움미술관, 한국민속촌, 개인 소장

 

 

 

 

 

또 다른 주목할 만한 작품은 1993년 대전세계박람회에서 선보인 전자초고속도로 프로젝트의 일부로 제작된 설치작품 <전자초고속도로- 1929포드>이다. 이 작품은 세 대의 자동차로 구성된 시리즈 작품으로 우양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는 3대의 자동차 중 한 대이다. 백남준은 1974후기 산업사회를 위한 미디어 계획: 21세기까지는 고작 26년밖에 남지 않았다라는 보고서에서 전자초고속도로(Electronic Superhighway)’개념을 제안하며, 고속도로와 자동차 중심의 물류 기반 산업구조에서 정보와 아이디어의 흐름이 중추가 되는 미래 사회로의 이행을 예견했다.

 

 

 

 

2년 반에 걸친 복원 작업 끝에 다시 관객과 마주하는 이 작품은 1929년식 포드 모델A 자동차 위에 전통 목가마를 결합한 형태로, ‘이동과 정착’, ‘서구 산업 문명’과 ‘동양의 전통 문화’, ‘과거와 미래’가 교차하는 백남준 특유의 시각 언어를 구현한 것이다. 산업화 시대의 유산인 낡은 차체와 이동식 전통 공간인 가마는 문명의 전환을 암시하며, 차량 전면에 부착된 손글씨 표어 ‘전자초고속도로’는 정보화 시대의 도래를 상징함과 초연결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어떻게 연결되어야 하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전자초고속도로1929포드, 1993, Mixed media, 366x160x213cm

 

전자초고속도로 1929포드, 1993 부분

 

 

또한, 고대기마인상1991, 신라 천년고도 경주에 우양미술관이 설립되는 것을 기념해 제작된 작품이다. 백남준은 경주에서 발굴된 고대 기마 인물형 토기를 모티프로 삼아 옛것과 새로움의 조화를 상징적으로 제시했고, ‘탈영토제국주의개념을 덧입혔다. 이는 가장 빠른 통신망과 정보 전달력이 새로운 지배 질서를 만든다는 통찰로, 정보의 속도를 몽골 기마 문화에 비유하며, 오늘날 인터넷 시대의 권력 개념을 예견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고대기마인상, 1991, Mixed media, 340x192x107cm

 

 

 

<금강산 여행기념>(1990) 백남준은 1935년 가족과 함께 금강산을 여행했던 기억을 되새기며, 다시 그곳을 찾고 싶은 바람을 담아 금강산을 주제로 조각 작품에 드로잉을 그려넣은 작품이다. 백남준에게 금강산은 단순한 자연 풍경이 아니라 개인적 유년의 기억이자, 역사적 단절과 이념의 분열을 넘어서는 상징적 공간이었다. 그는 제단 형식의 구조물 속에 텔레비전 모니터와 군복과 같은 천, 상자를 결합하여 기억과 시간, 민족의 역사를 호출하는 전자적 창()으로 구성하였다. 특히 조각의 좌측 하단 측면에는 1935년 당시 백남준의 실제 가족사진이 부착되어 있다. 사진 속 좌측에는 그의 아버지 백낙승, 그 앞에는 어린 시절의 백남준이 자리하고 있다.

 

 

금강산 여행기념, 1990, Mixed media, 117x112x46cm

 

 

금강산 여행기념, 1990_ 사진 부분

 

 

이 외에도 음악 심, 푸가의 예술은 비디오, 오브제, 사운드, 조형 구조물이 융합된 매체 실험의 대표작으로, 감각의 경계를 허무는 백남준의 실험정신이 집약되어 있다. 바이바이 키플링, 어질 인, 마음 심은 동서양 문명의 긴장과 통합을 다룬 작품으로, 백남준이 세계 시민으로서 사유한 문화 간 상호작용의 모델을 제시한다.

 

 

음악심, 1987, Mixed media, 123x171x55cm

 

어질인, 1993,Mixed media, 170x130x38cm

 

마음심, 1993, Mixed media, 170x145x38cm

 

푸가의 예술, 1991, Mixed Media, 156x125x42cm

 

 

배우 이청아와 협력한 오디오 가이드로 깊이 있는 전시 감상할 수 있는 이번 전시는 오는 1130일까지 진행된다. 한편, 우양미술관 2관에서는 동시대 미술에서 가장 주목받는 흑인 예술가 중 한 명인 가나 출신 작가 아모아코 보아포(Amoako Boafo, 1984~)의 아시아 최초 미술관 개인전 <I Have Been Here Before>를 선보이고 있다